10월 27일 공식적으로 트위터 인수를 알린 일론 머스크, 일주일만에 경영진 해임, 유료 서비스 출시, 직원 절반 해고를 단행하며 전광석화의 실행력 발휘 중
지난 10월 5일 델라웨어 법원에서 공개된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관련한 사적 문자메세지 관련 이야기를 뉴스레터에서 다룬 지 불과 3주만에 거짓말처럼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상황입니다. 언론은 머스크의 트위터 관련 의사결정을 생중계하며 전 세계 최고의 부자가 한물 간 소셜미디어에 가져올 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10월 27일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일론 머스크
PMI는 Post-Merger Integration의 줄임말로, 한국어로는 '인수 후 통합' 정도로 해석됩니다. 보통 대기업이나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였을 때, 인수자와 피인수기업이 유기적으로 통합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인수 시 기대한 시너지를 조기에 창출할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진행하는 변화관리를 통칭해 부르는 용어입니다. 전략 컨설팅 기업들은 PMI 30일, PMI 100일, PMI 1년 계획이 중요하다는 테마로 M&A 전후 단계에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경영학도와 MBA를 극도로 혐오하는 머스크이지만 지난 일주일 간 트위터에 몰아친 변화의 바람을 보면 머스크의 행보는 그 누구보다도 철저하게 '명확히', '한번에', '전사적으로' 변화를 이행해야 한다는 PMI의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머스크의 행보에서 기업 인수자들이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1) 변화를 알리는 명확한 Day 1 메세지
M&A를 단행한 경우 공식적으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전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M&A 루머가 나오는 동안 기존 직원들은 동요할 수 밖에 없으며, 여러가지 불확실한 정보들이 난무하기 때문에 본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로운 경영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면 조직의 불안감과 피로도도 계속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기존 피인수 조직의 동요를 막기 위해 경영권이 변동된 이후에도 전면에 나서 메세지를 내기 꺼려하는 사모펀드들이 더러 있습니다. PMI의 원칙에서는 이러한 접근법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레거시를 유지하겠다는 메세지를 줄수록 기존 직원들은 변화에 둔감해지기 때문이죠.
머스크는 10월 26일 싱크대 하나를 들고 트위터 본사에 들어가는 짧은 영상을 트위터에 올립니다. 그리고 트윗을 날렸죠.
SNL에 출연할 정도로 유머를 좋아하는 머스크는 "나 트위터 본사에 왔다. 어떤 의미인지 잘 생각해봐."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트윗과 함께 실제 싱크대와 함께 나타난 자신의 모습을 통해 이제 트위터에 머스크의 시대가 왔음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입니다.
지난 몇 달간 머스크는 잦은 변덕을 부리며 트위터를 사겠다고 했다가 석연찮은 이유로 딜을 깨 소송을 당하고 다시 인수에 나서겠다고 말을 바꾸는 등 진의를 알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이번에 재추진된 인수 작업도 정말 완주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법적 공방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계산된 행보인지 의견이 분분했으나 직접 비디오를 통해 인수 완료를 선언하며 더 이상 루머는 없다는 것을 트위터 직원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명확히 확인시켜준 셈입니다.
(2) PMI팀을 조기에 파견해 공동의 과제를 부여
인수 후 이틀 만인 지난 10월 31일 머스크는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 스페이스X, 보링 컴퍼니, 뉴랄링크에서 엔지니어들 약 50명을 트위터에 파견하여 코드를 파악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실제로 인수 다음날인 27일 머스크의 관계자는 트위터 엔지니어들에게 머스크와 테슬라 엔지니어에게 보여줄 소프트웨어 코드를 모두 프린트하라는 명령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물론 말이 안되는 요구입니다. 요즘 아무도 코드를 프린트해서 보지 않기 때문이죠. 트위터 직원들은 프린트된 종이를 인증하며 'Happy Friday'란 트윗을 날립니다.
몇 시간만에 인쇄한 종이를 모두 파쇄하란 명령을 내린 머스크는 29일 토요일 아침 엔지니어링 리드들에게 새로운 명령을 전달합니다. 11월 7일 월요일까지 누구나 돈을 내면 '인증'을 받았다는 블루마크를 달아주는 유료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니 첫 데모 시연을 월요일 아침인 10월 31일에 하겠다고 말이죠. 주말에 나와서 일하라는 의미입니다.
"When you need something from your boss at elon twitter" @evanstnlyjones
게다가 트위터는 지금까지도 전면 재택근무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주말 이틀 동안 백엔드, 웹, iOS와 안드로이드앱까지 기능 수정을 완료하라는 건 오피스에 나와 어떻게든 협업을 하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트위터의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뉴욕 및 런던 팀은 주말에 나와 밤샘 근무를 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리고 11월 5일 실제로 매달 $8을 과금하는 트위터 블루마크 유료계정을 홍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3) 인력구조조정은 신속하게
채용이 활발한 실리콘밸리에서는 해고도 신속하게 이뤄집니다. 요즘처럼 재택 근무가 보편적인 시기에는 보통 아침에 컴퓨터를 켜 이메일이나 슬랙에 접속이 끊겼다면 해고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주 스트라이프도 전 직원 10% 감축과 관련한 이메일을 보내면서 '만약 너가 해고되었다면 15분 내로 이메일 접속이 끊길 것이다'란 형태로 통지가 이뤄진 바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11월 2일 머스크의 트위터 직원 절반인 3,700명에 대한 해고 계획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시니어 그룹부터 실제로 해고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타노스처럼 핑거스냅으로 직원들 절반을 해고하는 머스크
머스크는 인력 뿐 아니라 영업비용 전체를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하였습니다. 주인없는 트위터가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한 머스크가 확실하게 조직을 슬림하게 개편할 것이란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또한 재택근무를 폐지할 계획이니 모두 오피스 복귀하라는 오더가 내려질 것이란 소문도 들립니다.
머스크와 머스크가 파견한 인력들은 아직까지 공식적인 직원 미팅이나 직원 공지 사항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원들을 절반 이상 내보낼 계획이니 해고가 먼저라고 판단했을 수 있죠. 물론 해고자들은 곧바로 법적 대응을 시작했지만 머스크는 전혀 개의치않는 모습입니다.
머스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은
머스크가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직원 복지와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를 극도로 혐오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2018년 테슬라가 수율 이슈로 절체 절명의 위기에 빠졌을 때 24시간 공장에 상주하면서 증설을 위해 주차장에 텐트를 치고 생산라인을 추가로 설치한 머스크입니다. 평소에도 일주일에 80 - 90시간 일하며 120시간까지 일하는 날도 있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죠. 사무실에서 밥을 공짜로 주는지, 재택 근무가 가능한지, 개인 오피스는 제공하는지 따지면서 매 년 수억원의 연봉을 받아가는 개발자들과 함께 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봐야합니다.
물론 머스크가 원하는 기업 문화가 꼭 건강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테슬라 직원들은 머스크가 '뛰라'고 하면 '얼마나 높게?'라고 질문하지 '왜 뛰어야 하는지?'라고 되묻지 않는 문화라고 답합니다. '토론'과 '설득'을 중시하는 개방적인 실리콘밸리 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편이죠. 머스크의 회사들은 모두 '제조'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기업과는 결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머스크가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테슬라 - 휴머노이드와의 연계를 통해 미래의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기 위해 트위터를 인수했다는 것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사업 계획에 따라 2028년까지 매출 규모를 현재의 5배인 30조 원까지 높이고, 광고의존도를 50%까지 낮추며, 비용 삭감을 통해 즉각 흑자전환을 달성한다는 경영목표를 위해 첫 주부터 달리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해석으로 보입니다.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후 가져온 변화가 올바른 방향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머스크가 추구하는 트위터 문화의 변화는 '직원 복지보다 회사 이익이 먼저'라는 2018년 트윗을 통해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특히 13년의 호황을 끝내고 처음으로 대규모 정리해고에 직면한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한 번쯤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라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외부 자금 조달이 당연해지지 않은 시대에 필요한 경영의 방향을 머스크가 제시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